지리산 희망가게 생산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맨날 찻잔이나 찻주전자만 담고 있던 연지가 드디어 제 역할을 하게 된 날이다.
건너 마을에서 한 분이 연꽃차를 들고 오셨다.
연꽃차를 마실 때는 여럿이서 마셔야 한다고 이웃을 불러 모았다.
사실 나는 꽃차를 썩 즐기지는 않는지라 연꽃차 또한 많이 마실 수는 없었다.
연꽃차의 묘미는 연지 안에서 화사하게 피어난 한 송이 연꽃을 보는 것.
마시는 것이 아니라 보는 즐거움이었다.
여럿이 더불어.
잔 속의 고요함처럼 평화로운 하루였다.
다음날.
아뿔싸 밑둥의 둥치를 재 보지 않았다.
가끔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부실한 현장 취재에 후회를 할 때가 많다.
아마 어림잡아 내 펑퍼짐한 엉덩이에다 두 다리를 당겨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도 될듯 싶다.
그러니 보통 의자 앉은자리보다 약간 더 넓다고 해야하나?
으실으실 춥고 편도가 부어올라 침을 넘길때마다 목이 아팠다.
좀 누워있어야지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급한 전화가 왔다.
매계 청소년 수련원에 나무를 베고 있으니 막아야 한다고 얼른 나오라고.
남편과 함께 나갔더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항의 중이었다.
한 그루는 베어지고 난 뒤였다.
메계청소년수련원은 원래 매계초등학교였는데 학교가 폐교가 된 뒤 한동안 판소리 선생님이 있었는데
교육청에서 청소년수련원을 짓는다고 해서 판소리 선생님은 쫓겨나다시피 나가야 했다.
그 과정에 아주 심한 공사를 했다.
학교가 작고 아담했는데 특히 정원의 빽빽한 숲이 볼품이었다.
나무끼리 어울려 한마디로 야생의 수목이었다.
길쪽으로 향한 바깥 담장은 탱자나무로 우거져 있어 참새들의 천국이었다.
그런데 끔찍하게도 그 숲의 나무를 모두 캐어내고 주차장을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구석구석 새로 사다 심은 나무들이 원래 그 안에 있던 나무와 비슷한 것들이 아닌가?
눈깜짝할 새 벌어진 일이라 얼얼했다.
그나마 이웃에 사는 우리 섬지사 회원이 운동장의 나무를 베려고 할 차에 현장을 목격해서
그것만은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 못 벤 나무가 못내 거슬렸나보다.
그 나무를 베기 위해 또 시도를 하다가 현장을 들킨 것이다.
나무 때문에 농사를 못짓겠다고 민원이 들어왔다는 거짓말을 했다.
이 주변에서는 아무도 민원을 넣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당황한 담당자는 이런저런 말을 갖다붙였지만 삽시간에 몰려든 이십여명의 우리 악양에 살고 있는
섬지사 회원수에 놀라 결국은 포기를 했다.
그들이 늘 베고 싶어하는 문제의 나무는 히말라야시이다다.
열매를 놓고 사진을 찍었더니 활짝 펴서 꽃송이가 벌어진 장미꽃 같다.
이 문제의 나무는 속성수여서 빨리 자라지만 뿌리가 깊지 않아 넘어질 염려가 많다는 거다.
이런 속성수를 누가 좋아할까?
개발독재자. 박정희다.
한 때 모든 학교에 히말라야시이다를 심기 시작한 적이 있다.
내 어렸을 때 우리 모교에도 저 히말라야 시이다가 구석구석 있었다.
빨리 커서 대통령이 좋아하는 나무라 심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초등학교 선생님한테서 들었다.
빨리 크는 것 외에 그 나무가 컸을 때 뭐가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이제 불안한 것이다. 다른 나무를 가리고, 넘어질 것 같고, 조경수로 빼어난 것 같지도 같고...
개발독재자의 영향은 아직도 구석구석 남아서 우리의 일상을 흔든다.
그런데 또 그 비슷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나라 구석구석을 망치고 있다.
그런 역사를 가진 히말라야시이다라도 보호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이미 우리 속에 뿌리 내린지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한 그루의 생명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저들은 저렇게 한 그루 한 그루 베어내고는 다시 조경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나무를 사다 심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매계의 그 예쁜 나무 동산을 모두 파서 팔아치우고는 다시 거금을 들여 새로운 나무를 사다 심었으니 말이다.
그 나무를 다 어쨌냐고 했더니 다른 학교로 옮겨심었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나무가 가정집 정원수로 팔려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 그루 나무는 죽어갔지만 그렇게 해서 다른 나무들은 살아남게 되었다.
누군가 말했다.
우리가 없어지면 저 나무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또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그땐 그 때 일이지. 우리 살았을 땐 우리가 보호하고 나머진 후손의 일.
나는 안좋았던 컨디션에 바깥바람을 너무 마셔서인지 냉기가 몸을 타고 들어와
쩔쩔 끓는 방에서도 추워서 부들부들 떨며 밥도 못먹고 이틀을 보냈다.
하지만 빨리도 일어났다.
이웃이 한약을 지어보내고 흰죽을 해주고해서 오래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역시 이웃 사촌이다.
한 해를 마감 하면서 올해 계획했던 것 중에 뭘 제대로 지켰나 했더니 꼭 한가지가 있다.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기.
드디어 도시의 체형이 시골 체형으로 완전 탈바꿈을 했다.
아홉시면 잠자리에 들고 여섯시면 일어나고.
너무 많이 자나?
이 글을 보시는 이웃님들!
다들 올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한 해가 되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