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희망가게의 지역별 블로거들의 공간입니다. 희망가게 생산자들의 이야기, 지리산 소식 등을 전합니다.

감나무를 보면 배고프게 지내던 어린 시절에 관한 아련한 추억 한 자락이 떠오른다. 군인아버지를 따라 부산에 살던 때로 내가 아마 대여섯 살 무렵이었을 거라 짐작된다. 감꽃이 피고 바람이 불면 어린 나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는데 그것은 감나무 아래 떨어져 있을 감꽃들을 주워 먹을 기대 때문이었다.
들척지근하며 알싸한 맛의 감꽃. 나는 그 감꽃들을 입고 있던 치마를 걷어 올려 치마 한 가득 주워서는 집으로 달려오곤 했었다. 그리고는 무명실을 길게 잘라 감꽃을 꿰어 목에 걸고 다니며 하나씩 따먹으며 허기를 달래면서 놀았었다. 물론 감꽃이 지고 나서 새끼손톱만 하던 감이 어린 내 주먹 만해지면 동네 어귀에 있던 벼락부자네 담 마당 안을 드나드는 내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곤 했었다. 지금이라면 차마 입에 넣기조차 두려운 땡감들을 주워 와 소금물에 침을 담가 먹느라 분주했던 나의 어린 시절들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그러나 그런 내 기억에 더 깊숙이 각인되어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어린 내가 미처 생각해내지 못해 생긴 치마의 얼룩으로 인해 어머니께 심한 야단을 들어야만 했던 장면이다. 어머니는 그 당시 군인 아버지의 한 달 월급을 다 털어야 사 입힐 수 있었던 새 원피스 한 벌을 감물로 얼룩지게 만들고 나타난 나를 바라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우리 가족이 처한 가난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 같은 것이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무렵에 감물 염색에 관한 지식이 조금만 있었으면 얼룩을 얼룩으로 그냥 두지 않고 멋지게 그림으로 승화시키거나 전체를 감물 염색한 옷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원시 산내면 중황마을 꼭대기에 사는 양재혁과 강지우는 무명천에 든 지워지지 않는 감물처럼 절친한 친구로 십 년을 넘게 한 집에 살며 감물 들인 천들을 서울의 옷가게에 납품하고 황토와 숯으로 염색한 매트를 ‘한살림’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손수 지은 터전
강지우, 유정희 님과 동호
염색된 원단을 보여주며 설명해주는 양재혁 님
요즘은 염색도 쉬워져 황토는 물론 모든 재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쉬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서 자신들이 힘들게 얻는 재료들로 염색을 한다. 감들은 지리산에서, 황토는 산청의 숲에서, 숯은 담양에서 나오는 대나무로 만들어 쓴다고 한다. 나는 그곳에서 황토를 수비하는 복잡한 작업에 대한 공부도 조금했다. 특히 홀아비 냄새나는 남자들의 방 침구나 속옷을 황토로 염색해 쓰거나 입으면 일체의 잡냄새가 없어진다고 하여 선호하는 황토염색이 단순히 황톳물에 천을 담그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재혁은 서울 귀농학교 창립 멤버로, 강지우는 전국귀농학교 6기 출신이다. 귀농이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하더라도 이들은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돌고 돌아서 지금은 염색장이로 살고 있다. 4년 전 강지우는 지금의 아내 유정희와 늦은 결혼을 하였고 40대 중반인 양재혁은 아직도 혼자다. 이제 그들은 일은 같이 모여 하지만 각자의 보금자리는 따로 꾸리고 있다. 강지우, 유정희는 지리산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삼면이 트인 거실을 가진 흙집을 지어 둥지를 틀었고, 양재혁은 그 윗자락에 흙집을 짓고 있으며 두 집의 중간에 작업장이 있다.
그들은 지리산을 찾고, 친구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로 그들의 둥지에서 2,3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을 거라 하였다. 여전히 황토와 숯과 감물로 염색하여 그들의 인생에 색을 입히고, 죽염가마에서 구워낸 죽염을 이웃들과 나누며, 집 주변에 심어 키운 구절초로 꽃차를 만들어 그들을 찾는 지인들과 그 향기를 나누며 사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양재혁과 강지우가 파는 물건
*황토 매트 15만원(택배비 포함)
*숯 매트 가격 : 15만원(택배비 포함)
*감물원단 : 상담후 판매(사진과 실물원단의 느낌차이가 심해 직접 염색된 천을 확인하시고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판매단위 : 1벌감(6~7마 단위로 판매중, 1마에 15,000원 가량)
입금계좌 : 농협 623049-52-064020 예금주 : 양재혁






